*이글은 다음 아고라에 게재된 글로 jimane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시는분께서 경찰관이셨던 부친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올리신글을 안타까움에 이곳에 옮겨 적습니다
(8년만에 결백 증명, 뇌경색에 막힌 복직, 공무상요양 불승인처분)
2000년 12월 12일. 아버지는 시민을 지키는 경찰에서 한 순간에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전 근무지인 경남지방경찰청 수사과 재직 당시 유사석유 및 해상용 고유황경유 불법판매 수사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선처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였습니다.
아버지는 결백을 주장했으나 관련업자가 돈을 전달했다고 법정에서 거짓 증언함으로써 2002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00만원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판결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경찰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결백하기에 판결에 승복할 수 없었습니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그 많은 서류들을 본인 혼자서 만들고, 증인을 백방으로 찾아다니고,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아버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습니다. 밥을 먹는것도, 잠을 자는것도 산 사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루도 마음편히 지내지 못했습니다. 뇌물받은 경찰관이다 손가락질 받아야 했고, 가장으로서 생계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버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운전이나 시간제 아르바이트 같은 일만 겨우 가능했습니다.
다섯 식구의 생계를 위해 어머니가 식당일을 나가셨습니다. 새벽4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넘어야 겨우 쉴 수 있었습니다. 자식들은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온 가족이 모두 살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쳤는지 모릅니다.
그 간의 시련에 보상받기라도 하듯, 아버지의 노력에 드디어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에게 거짓증언을 한 사람들이 위증죄로 처벌받게 되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증인을 찾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분투한 아버지의 집념의 결과였습니다.
2005년 재심을 청구했고 2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또 상고를 했고 1년을 보낸 후에야 무죄를 확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억울한 옥살이, 8년의 분투, 대법원 판결 6년 만에 비리 경찰관이라는 누명을 벗은 것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한 달을 가지 못했습니다.
오매불망 복직을 기다리던 아버지는 그 날도 복직 시기를 알아보러 나가셨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채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되셨습니다.
한 달 여 뒤에 그렇게 고대하던 복직 발령이 났지만 석 달 뒤 한 차례 더 뇌경색이 찾아와 가족만 겨우 알아볼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휴직계를 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휴직이 가능한 기간이 1년이어서 작년 3월 명예퇴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온전한 정신이 아니심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알려드렸더니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마치 맹수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던 아버지의 울음에 저희도 세상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공무상 요양신청승인을 받기위해 몇 차례에 걸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진정서를 제출하였으나 그 때마다 ‘소송을 준비하는 동안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병을 얻게 된 것이지 업무상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니잖아요’ 라는 식의 답변만이 되돌아올 뿐이었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뇌경색 발병이 ‘공무와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공상 신청 불승인 처분을 받았습니다. 누명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었을까? 명예를 지키려 한 것이 인정받지 못할 일인가? 우리 가족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재차 요양신청을 했으나 4월, 10월 또다시 거부당했습니다. 도대체 기준이 무엇입니까?
질병의 원인이 직접 공무에 종사한 기간 동안은 아니라할지라도 공무로의 복귀를 위한 것은 공무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닐 것이고 복직 신청 중인 경우 복직된다면 공무의 계속이 인정된 것이므로 공무수행 중으로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초 수사에서 무죄확정까지의 과정은 공무 그 자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직위해제 통보를 받고 그로부터 8년 동안의 법정 투쟁 끝에 무죄확정판결을 받기까지, 그리고 복직신청을 하기까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면 공무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과로나 스트레스라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작년 11월 결국 행정소송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충분히 공상처리가 될 사안이지만 판례가 없어 힘들 것이라는 변호사들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기각되지 않고 재판을 받았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억울한 마음을 법 앞에 말할 수 있기까지 또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 했습니다.
증언대 앞에 선 어머니의 모습은 평생 마음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 간병으로 어머니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고, 어깨가 저리고, 몸도 많이 야위셨습니다. 우리가 돕는다고는 하지만 어머니만큼 아버지를 살뜰히 보살필 수는 없을 것입니다.
8년간의 힘든 바깥일도 모자라 이제는 아버지 간병에 어머니도 쓰러지시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언젠가는 툴툴 털고 일어나리라 믿고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줄어가는 통장잔고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혼자서 거동만 가능하시다면 누구라도 나가 돈을 벌겠지만 아직은 먼 일인 것 같아 앞이 막막합니다. 하지만, 더디지만 점점 호전되시는 아버지를 보면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2월 18일 재판결과가 나옵니다. 여러분들이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더 전해진다면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