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지난 70년대 후반 흑백TV를 통해 방영됐던 배우 이대근 씨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었던 “완장” 이라는 드라마의 줄거리가 어렴풋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 다
이후 80년대 초반 책으로 나왔기에 다 시 한번 읽어보았었고 이후 까마듯이 그러한 드라마와 소설이 있었나할 정도로 잊고 살았는데 시대 현실을 바라보니 드라마와 소설 속에서 보여줬던 그 시대의 모습과 지금 시대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새삼 다 시 한번 느끼게 된 다
시골마을 어느 저수지 둑 위에 빨강색 완장을 둘러차고 당당하게 서있는 주인공은 남들의 멸시와 천대 속에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땅 투기로 떼돈을 벌은 졸부 최 사장이 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며 감시를 위해 주인공을 저수지 관리원으로 채용하게 된 다
항상 왼팔에 자랑스레 휘감겨져 있는 빨강색 완장을 찬 주인공은 마치 세상의 권력을 다 얻은 듯 하잘것없는 상징적인 권력에 심취해 자신을 제왕처럼 마을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다 그러면서 만일 저수지에서 불법 어로행위를 한 마을주민을 발견하면 그 사람이 자신의 친구이든 마을 어른이든 가릴 것 없이 폭력과 행패를 부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다
이 같은 권력에 흠뻑 심취해버린 주인공의 행패와 폭력이 더 이상 말리지 못할 정도로 극에 달할 즈음 일행들과 저수지로 나들이를 나온 양어장 주인인 최 사장마저도 완장을 내보이며 당당한 모습을 내보이는 자신의 하수인인 주인공으로부터 오히려 수모와 봉변을 당하고 이로 인해 마침 내 주인공은 저수지 관리인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진 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가뭄이 심하게 들자 저수지 물을 빼 논에 물을 대려하던 수리조합직원과 경찰에게마저 완장의 권력으로 행패를 부리던 주인공은 경찰에게 쫏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 주인공은 마을사람 아무도 모르게 마을을 떠나 버리는 것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물이 빠진 저수지 수면위로 완장이 떠오르는 영상과 함께...
지금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소설의 주인공처럼 하잘것없는 완장이라는 권력에 심취해 자신을 망각하는 사람들을 자주 지켜볼 수 있다 되돌아보면 완장에 대한 권력이 결국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 닮게 되건만.
현실을 바라보면 그러한 권력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설 속에서 보여준 “완장”의 주인공처럼 비극적인 종말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 오직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 빠진 수면위로 떠오르는 주인 잃은 완장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국 지난날 자신이 휘둘렀던 그 모든 권력이 결국은 허상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게 아닌 가! 작가는 완장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표기했다 “완장”은 별 볼일 없이 자신을 과시하며 남이 버린 것이나 주어먹는 하수인이라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완장을 싫어하고 권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남들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모습을 내보이고 싶어 어느 누군가로부터 완장을 받고 싶어 하고 혹은 그 같은 완장을 받기위해 남을 모해하고 시기하며 온갖 아첨을 다하는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격한 다
혹자는 그 까짓 완장이 뭔데 하지만 완장 뒤에 가려져있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맛봐본 사람은 완장의 매력을 쉽게 잊지 못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결국 허상뿐인 허무한 권력이지만 최근 우리사회를 보면 지난 날 잠시의 권력을 갖기 위해 그토록 완장을 차고자 했던 그리고 완장을 차고서 행 새 했던 지금은 기억속의 먼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허무한 모습이 때때로 비쳐지기도 한 다
아마 필자는 지난날이나 현재도 그 같은 완장의 권력을 맛보지 못하였기에 완장에 대한 미련도 완장에 대한 어떠한 갈망도 없다 그리고 완장에 대한 권력을 맛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남들이 버린 것이나 주어먹고 사는 하수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
오직 평범하게 살고 싶을 따름이다 절대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저수지 수면위에 떠오른 완장을 기억하기 때문에...
손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