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대뜸 한다는 말이 요즈즘 신이나 죽겠다 했다 연유를 물어보자 (지인 왈) 국민의 충복이 되겠다고 제18대 국회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마다 길거리에서 마주칠때마다 넙죽 구부려 두손모아 악수를 청하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 아니냐 했다 듣고나니 웬지 필자도 덩달아 신이나는것 같았다 選良(선량)으로 불리우게될 국민의 충복들한테서 그같은 대접(?)을 받다니...
수일전 아내를 따라 재래시장에 들려 생필품을 산 뒤 시장에 나오면 으례 그러듯이 출출함을 느껴 간이판매대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중 주변이 왁자지껄 시끄러워 언뜻 곁눈질로 쳐다보니 이번 선거에 나온 후보인 듯 자신을 지지하는 운동원들과 한무리가 되어 시장 곳곳을 돌며 상인들과 시장내 모든 시민에 악수를 청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후보가 순간 필자곁으로 다가오더니 악수를 청했고 이지역 유권자가 아니었기에 방관하고 있던 필자는 시장에서 구입한 생필품을 쥔채로 얼떨결에 악수를 하게됐다 "잘 부탁합니다" 느닷없이 벌어진 일이라 후보가 떠난뒤에도 한창동안 후보가 남긴말이 귓가에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자칫 선량이 되겠다는분께서 잘부탁한다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제 잠시뒤면 대단원의 선거기간이 막을 내리고 국민의 심판이 시작된다 과연 이번에도 국민들은 거짓의 가면을 쓴 알량한 세치혀의 농간에 속을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참된 일꾼을 뽑을 것인지...
언젠가 업무추진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던 일선 경찰서 과장이 있었다 어느날인가 업무추진과정에서 지역선량과 마찰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선량을 보좌하던 보좌관은 과장에게 서슬퍼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목잘리고 싶냐고..." 이후 과장은 업무추진은 커녕 의기소침한 심정으로 하루하루 세월을 보내더니 이윽고 다른곳으로 떠나버렸다 선량보다 무서운 보좌관의 말한마디에...
국민의 충복이 되겠다던 달콤한 유혹의 결과는 이렇듯 냉정하다 국민의 충복은 어느새 국민위에 군림하고 있을테니까 설령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선량이 되었다고 지난날과 똑같다 생각하면 큰 오산일것이다 당선순간부터 지위가 달라질테니까. 그리고 머잖아 악수한번 청하려면 줄서서 기다려야 하고 선거때와 달리 내일부터는 먼저 고개숙여 인사해야 할테니까
도통 정치에 관심없는 아내가 이번에도 되묻는다 "이번 선거때도 또 투표하러 가자 할꺼냐"고 "당연하지 국민의 충복을 뽑는 귀중한 권리를 행사해야하니까" 그러자 아내는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했다 "한번속지 두번속을까!"
손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