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전 시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대전경찰 동료 여러분!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은 기어코 찾아왔습니다.
작년 12월 바로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설레는 가슴으로 처음 만난 이후 어느 새 1년 1개월이 지났습니다.
어색하던 표정들이 조금씩 반가운 미소로 변해가고 있지만 ‘청장이 과연 내 이름을 알고 있을까’에 대해 여러분이 품고 있는 의문을 아직은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쉬움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지난 13개월의 시간은 제 경찰인생의 절정기였고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의 지혜가 부족하고 인격이 성숙하지 못해 제대로 살피지 못하거나 너그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마음의 상처를 얻으신 분들이 있을 줄 압니다.
여러모로 부족함에도 맡은 바 직책수행에 최선을 다하려는 의욕이 앞선 탓이라는 변명과 함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재능은 늘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었습니다.
여러분은 매순간 저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고 제게 번뜩이는 영감을 주었고 저로 하여금 계속해서 전진해 나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머리로 말을 할 때 여러분은 가슴으로 받아들였고 또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해준 덕분에 우리는 우리 모두와 우리의 후배들을 위한 더 나은 대전경찰의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한 지난 13개월은 단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꿈꾸어왔던 ‘시민을 위한 시민의 경찰’이라는 저의 이상들이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고, 그것은 제게 가장 큰 보상이었습니다.
저에게 영광과 보람을 안겨준 존경하는 대전시민과 대전경찰 동료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믿음직한 대전경찰 동료 여러분!
지난 시간, 우리 대전경찰은 ‘시민의 존중과 지지를 받는 대전경찰’을 위해 새로운 길을 걸어 왔습니다.
현장 중심의 조직 운영을 위해 인력 및 예산 지원을 현장에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 112신고 줄이기･정신질환자 처리 개선 등 현장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구글 설문방을 활용한 익명 소통창구 개설, 직장협의회의 활성화, 대성공-Talks, 음악회 등을 통해 소통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품격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치안을 위해 구청･노인복지관을 찾아가는 치안설명회를 개최하고,안전한 등굣길 캠페인을 실시하였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지원도 강화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시민단체들과 함께 동분서주했던 일들은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할 뿐 아니라 시민의 재산피해 예방이라는 경찰의 존재이유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루어낸 변화와 혁신으로 우리의 동료들은 더욱 더 우리 대전경찰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대전경찰의 활동에 높은 신뢰를 보내고 끊이지 않는 칭찬을 보내왔습니다.
여러분은 최고의 팔로워이자 최고의 리더였습니다.우리 모두가 최고였습니다.
그간 여러분이 보여주신 헌신과 노고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랑스러운 대전경찰 동료 여러분!
1981년 만 19세의 나이에 경찰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찰은 제 운명이 되었습니다.
경찰의 모든 구성원은 저의 가족이었고 경찰의 숙원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경찰과 함께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느 새 3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여러분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국가와 국민 그리고 경찰조직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제가 더 좋은 경찰을 위해 이루어낸 작은 성취가 있다면그건 모두 여러분이 이루어 낸 것입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장 암울했던 시간에도 한줄기 빛을 찾아 전진해 나갈 수 있었고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맬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대전경찰 가족 여러분!
저의 지나온 경찰인생은 불의한 권력과 맞서 싸워 온 투쟁과 그 대가로 주어진 수난의 길로 점철되어 있다고 표현되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때로는 검찰과, 때로는 언론과, 때로는 조직내부의 상사들과 또 잘못된 관행과의 의로운 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힘들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치권력에 중립적이지 못한 경찰수뇌부를 향해 직을 걸고 비판해 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검찰과 일부 언론 그리고 일부 정치권에서 하명수사니 선거개입 수사니 하며 오명을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습니다.
토착비리와 권력형 부패비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정당한 수사활동을 진행했던 경찰관들이 죄인처럼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는 어이없는 반 법치주의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찰수사에 저주의 굿판을 펼치듯 선거개입 운운하며 거짓 프레임으로 저와 저를 도와 비리수사에 매진해 왔던 경찰관들에게 견디기 힘든 모욕을 주고 있습니다.
죄값을 치러야 할 부패비리 혐의자들은 되려 큰 소리치고 있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이 되어버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소기관이 수사권한마저 행사한다면 온 도시는 공포에 떨게 될 것이라는 200년 전 프랑스 어느 선각자의 경고는 현실이 되어 지금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견제받지 않는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을 방패삼아 얼마든지 나라를 뒤흔드는 독자적인 권력집단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뼈저리게 학습하고 있습니다.
무오류의 착각과 오만에 빠진 검찰이 자신만의 잣대로 의혹을 상상하고 그 의혹에 기반하여 선택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머리 속에 미리 그려놓은 사건의 틀에 짜맞추기 수사를 하는 수사권 남용을 해도 아무도 검찰을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가 피눈물로 지켜 온 민주주의는 파괴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검찰파쇼 국가가 될 것입니다.
최근 수개월의 논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수개월 동안 국민들은 분열되었고 평온한 일상에 대한 불안은 커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습니다.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목소리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두유 히어 더 피플 싱’처럼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는 거대한 함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앙시앵 레짐이 붕괴된 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는 민주주의가 형성되었듯 기소기관인 검찰이 수사권까지 행사하는 낡은 체제가 사라지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형사사법제도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공수처 법안의 국회통과는 낡은 검찰제도 붕괴의 서막이 될 것입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정의와 진실의 힘이 위대함을 믿고 당당하게 헤쳐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할 것입니다.
나아가 더 정의롭고 더 공정한 세상을 향한 저의 역할을 모색할 것입니다.
제갈량이 아들 제갈첨에게 보낸 편지인 <계자서>에는 ‘담박명지 영정치원’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마음이 맑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고요하지 않으면 멀리 내다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담박함과 평온함으로 저에게 주어진 길을 담대하게 걸어갈 것입니다.
적당한 타협으로 비굴함을 변명하지 않을 것이고 더 높은 꿈을 향한 열정을 간직하겠습니다.
이제 비록 몸은 대전경찰을 떠날지라도,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과 그 고마움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제 마음과 영혼은 늘 여러분 곁에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약속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겠습니다.
마지막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 낭송입니다. 그 대신 일부만 낭송하겠습니다. 님의 침묵 중 중간 이하 입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인지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감사합니다.
2019년 12월 31일
대전광역시경찰청장 황 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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