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경감 박 정 춘
경찰 계급에 신라시대 골품제가 엄연히 존재한다.
경찰대 출신은 성골, 간부후보와 고시 출신은 진골, 나머지 일반(순경) 출신은 6두품, 고위직 승진이나 중요 보직은 성골이 독차지하고, 진골은 그 빈자리 정도, 6두품 출신들은 기껏해야 6급 주사인 경감 정도다.
즉, 출신에 따라 신분의 품계가 정해져 있는 신라시대 골품제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6두품들 사이에선 평생 조직에 충성을 다해도 죽어서도 현고 학생을 면할 길 없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다.
성골에게 주어지는 이러한 신분과 특권은 6두품에 대한 통제와 계급 체제를 견고히 하여 날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성골은 조직에서 그들만의 기수문화를 바탕으로 한 위계질서와 우리가 우수한 두뇌집단으로 최고라는 우월의식이 몸에 배어 있다.
그들끼리 챙겨주고 각종 정보를 독차지하면서 그들의 잘못은 한없이 너그럽게 대해주는 우리끼리 문화가 존재한다.
이러한 위계질서와 우월의식은 검사의 비뚤어진 검사 동일체와 선민의식과도 비교된다.
최근, 경찰대생이 아버지, 형님뻘 되는 지구대 경찰관들에게 "5년 뒤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을 것들"이라며 주먹질과 막말을 하며 음주난동을 부린 사실만 보더라도 그들이 교육생 때부터 얼마나 비뚤어진 우월의식이 몸에 배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함마저 든다.
또한, 성골은 계급정년 연장 법안을 주도하여 어쩌다 6두품들이 고위직으로 진입하는 데도 발목을 잡아 버렸다.
우수한 성골 인재가 한참 일할 나이에 계급정년에 걸려서 퇴직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명분에서다.
그들만을 위한 일이라면 6두품들의 비난 정도는 눈 하나 깜짝 안 한다과연 경찰대 출신이라고 우수한 인재인가? 아이로니컬하게도 경감ㆍ경정 시험 승진 합격자는 대부분 6두품 출신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골은 우수한 두뇌로 시험 승진으로 고위직으로 올라갔고, 시험은 그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우수한 6두품 출신들이 입직하면서 성골 출신들은 시험 승진에서 6두품 출신들에게 밀리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선 자존심만 구겨지니깐 아예 시험을 포기하고 슬그머니 심사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심사 승진 티오에 성골 출신들이 젓가락을 걸치니, 제사상에 곶감 빼먹듯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러니 6두품 사이에선 경찰대 출신에 대한 거부감과 박탈감으로 경찰대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경찰대 출신 표창원 의원이 순경 임용을 골자로 하는 경찰대 개혁 입법안을 발의했을까?
경찰대 완전 폐지가 아닌 반쪽 축소 안을 보면 성골들은 그들의 정실이 낳은 적자 챙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져도 개혁과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들만 생각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을 자초한다는 뜻이다.
이제 경찰대 출신의 성골은 수사권 조정의 반사이익으로 검찰과 맞짱을 뜰 집단 권력으로 부상했다.
오만함과 선민의식에 빠지지 않게 스스로 성찰할 때다. 또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와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밖에선 경찰대보다 우수하고 다양한 사고를 가진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대기하고 있다.
경찰대를 완전히 폐지하고 이들을 맞이할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내부적으론 유능한 6두품 출신들이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승진과 보직에 있어서도 차별 없이 등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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