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맞으면 사람들은 너나 할것없이 겨우내 찬바람 들어올세라 창문꼭꼭 덮어두었던 비닐을 떼어내고 온 집안 구석구석 배어있던 묶은 먼지를 털어내느라 부산을 떨어댄다
물론 이같은 일은 비단 가정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몸담고 사는곳이라면 이뤄지고 있는데 이 같은 모습은 봄이되면 바라볼 수 있는 풍경중 하나이다. 이른바 새봄맞이 환경 대청소인것이다
필자 아내도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는 마당과 집옆에 마련된 자그마한 밭을 오가며 봄맞이 준비에 열중이다 지난주에는 화사한 빨강꽃잎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미는 튜울립 몇개를 사다 마당 한켠에 심었었다
오늘 식목일을 맞아 행락객들로 가득한 도로정체에도 불구하고 형형색색 예쁜옷을 입고 나를오라 손짓하는 화원(꽃집)을 찾아나섰다 마당내 가득 꽃향기 피어나는 꽃밭을 만들기위해서...
어느것하나 부족함없이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리며 사람들을 유혹하는 꽃들을 바라보다 필자는 나에게도 묵은때를 벗겨내야 할게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아내가 기쁜마음으로 꽃을 고르고 있는 동안 필자는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량내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내가 묵은때를 벗겨내야 할게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그러던 중 우연히 실내 계기판에 올려놓은 휴대전화에 눈길이 닿았고 아무생각없이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다 순간 떠오르는게 한가지 있었다 아! 바로 이것이야. 필자에게서 털어내야할 묵은때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스쳐지나치는 바람인줄 알았는데 인연이었고, 인연인줄 알았는데 그냥 스쳐지나가는 바람이었던 불필요한 사람들의 전화번화가 그동안 휴대전화에 너무 가득차 있었다
저장된 번호를 삭제할까요? 물음이 나오자 필자는 신나게 버튼을 눌러댔다. 왜 이리도 불필요한 전화번호를 많이 저장해 두었는지. 1시간여에 걸쳐 지워댄 전화번호는 평소 굴욕. 가식. 거드름을 피워대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쩐지 휴대전화가 그리도 무겁더라니. 그동안 불필요한 전화번호가 너무 많이 저장해놓고 있었다. 모두 인연인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휴대폰 털어내기”
필자가 맞는 봄맞이는 그 어느 사람도 결코 느끼지 못하는 상쾌하고 맑은 기운이 가득한 기분 그대로였다...
손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