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8월내내 병상에서 창밖만 바라보는 신세가 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유롭게 싸 다니던 필자가 병원이라는 울타리에 메이다보니 답답함은 이루말할데 없었다
그렇지만 그가운데 내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비록 병원이라는 좁은 울타리지만 또 다른 세상을 다시한 번 자세히 바라볼수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책임감을 너무나 존중히 하며 자신의 책임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일련의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이땅에는 국가를 위해 가정을 위해 회사를 위해 자신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한달여간 필자가 지켜본 이들이 펼치는 책임감은 말만 앞세우고 약속을 밥먹듯이 어기는 무책임한 사람들과는 본질적으로 너무나 달랐다
더욱히 이들은 연약한 여성임에도 단순히 받은만큼만 일한다는 요즘 세대와 달리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강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8월의 어느날 오전부터 병동의 입원환자를 돌보는 일로 하루종일 분주하던 A간호사는 오후 8시 교대시간을 앞두고 night 교대근무자에게 전달할 차트작성에 열중이었다
그런데 9시가 지나고 10시가 지나도 전혀 퇴근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며 “피곤할텐데 퇴근 안하냐” 고 물어봤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교대근무자가 전화도 받지않고 연락도 없다.고 했다
필자가 입원해있는 곳은 의원으로 야간당직실이 없기에 야간에는 간호사 한명이 입원환자를 돌보며 근무하는 곳으로 업무량이 많아 근무환경이 좋다고는 볼수없었다
오전 8시 출근해 하루종일 병동의 환자들을 돌보느라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오후 교대조차 못하고 연장근무하는게 무척이나 안쓰러웠지만..
A간호사는 간호사의 직분은 환자보호가 그 어느것보다 우선이라며 자신보다 환자들을 걱정하며 다음날 업무에 필요한 준비에 열중이었다
병원에 입원하면 대부분이 그렇듯이 잠을 뒤척이기 일쑤이기에 새벽 경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간호사실을 지나치다보니 A간호사는 그때까지 챠트정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미 오전 03:00시가 훌쩍 넘어있었지만 A간호사는 오전 근무자에게 전달할 챠트작성에 피로도 잊은 채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이 떠오르는 06:00시경 아마 2-3시간 정도가량 눈을 붙인듯 A간호사는 또 다시 각방마다 돌면서 환자들에게 약봉지를 전달하고 주사처치 등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모든 만물이 생동하며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 아침. A간호사는 오전 출근하는 간호사들을 반갑게 맞으며 24시간 이어졌던 자신의 책임을 그제서야 내려놓았다
단 한명의 무단결근자 (다음날 사직서 제출했다 함)로 인해 A간호사를 포함 나머지 간호사들의 근무형태는 그날부터 엉망진창이 됐고 지금도 간호사가 충원되지 않아 모두들 힘들어하는 가운데
이상스럽게도 금방이라도 무너질것 같던 간호사들의 근무형태는 모든 병원 근무형태가 그렇듯이 열악한 근무라는 어려움속에서도 점차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고 오히려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같은 뜨거운 열기는 자신의 직분을 과감히 내던지고 평직원의 자세로 책임을 다하는 간호과장 B씨를 주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과 환자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간호사들이 일궈내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나오고 있었다
특히 B씨는 지난날 노력과 경력에 따라 간호과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었지만 그에게 직책은 하나의 계급일 뿐 본인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는 사소한 일마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휴일. 공휴일은 그에겐 마치 사치인것 같았다
모두가 쉬는 휴일 날 후배 간호사들을 쉬게하고 자신은 출근 해 간호과장이라는 명찰을 빼버리면 나이든 간호사라고 오인할정도로 정말 열심히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이렇다보니 나머지 간호사들은 간호과장 B씨를 의지하며 따랐고 부족한 인원임에도 단 1분1초의 시간도 헛되지 않게 간호사의 책임과 본분을 다하며 환자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달리 정말 이세상에는 책임이라는 낱말이 무슨뜻인지 알지도 못한 채 공염불을 남발하거나 약속을 밥먹듯이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애초 약속을 하지 말아야하고 자신이 내뱉은 말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이며 서로가 지켜야 할 신뢰이고 책임이지 않을까?
필자는 한달여간 병원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닳을수 있었다
모두가 유심히 눈여겨 보지않는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따뜻한 정이있고 신뢰가 있고 책임감이 더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낄수 있었다
오전 06:00시 카드미는 소리에 눈을 뜨며 창밖을 바라보니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어느 새 또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간호사의 호명에 병실 환자들이 잠결에 주섬주섬 바지춤을 내린 다. 주사처지 시간이다
엉덩이를 찰싹 때려대며 주사를 놓는 막내로 불리우는 C간호사의 얼굴을 바라보니 역시 지난 밤 업무처리로 날을 꼬박 세웠나보다. 얼굴에 피곤이 잔뜩 쌓여있다
그래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것을 보니 역시 분명 나이팅게일이 틀림없음을 느낄수 있다
창밖으로 비취오는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또 다시 기분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