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동의 미지급..해경출장소, 탑승자확인 및 출항검사 전무
지난 9월말 경 선배를 따라 전남 고흥지역으로 바다낚시를 다녀왔다
수도권에서 내려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으나 (약5시간 소요)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나 망망대해에서 고기를 잡는다는 생각에 피곤한 줄도 몰랐다
특히 지난해 서너차례 바다낚시를 다녀왔던 선배의 자랑은 필자에게 큰 호기심이었다
필자는 처가집이 바닷가여서 지난 2-30여년전 작은배(목선)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어봤던 경험이 있기에 그때를 회상하며 “까짓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집에가서 자랑하고 주변에 나눠줄 고기 수까지 머리에 그려놓았다
도착 주변에 이르러 행선지가 변경됐다.는 통보가 왔다. 지난해에는 유람선을 타고 섬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낚시배로 갈아 탔었는데 이번에는 고흥군 소재 모 항구에서 당일 출항하는 낚시배를 이용해달라는 연락이었다
물어물어 찾아간곳은 제법 큰 항구였다. 해경출장소도 있고 오징어 배마냥 전구를 주렁주렁 매달은 큰배들이 여럿 보였다.
낚시배를 운영하는 사무실로 가서 선주에게 승선비를 치루고 승선면부에 신원 및 연락처를 기재했다. 물론 만일에 따른 조치이겠지만 웬지 꺼림찍했다
이윽고 오후 3시30경 이미 도착해있는 또 다른 낚시꾼들과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 배에 올랐다. 제법 큰 배였다
귀청을 울리는 엔진소리였지만 고속도로를 수시간 달려온지라 피로감에 선실(?)에 누워 잠을 청했고 몇시간을 달려왔는지 현장에 도착했다는 선장의 소리에 눈을 떠보니 망망대해에 주변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선실과 연결된 발전기를 통해 배천장에 매달아놓은 수십개의 대형전구는 화려하게 불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심한 배멀미에 그만 필자는 낚시대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선실에 내내 누워있어야 했고 틈틈이 바닷바람을 맡기위해 창문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선배가 고기잡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파도는 장난이 아니었다 선실에 누워 있어도 쉽게 잠을 청할수 없었는데.. 파도가 칠때마다 머리가 들리고 발이 들리는 듯 마치 시소를 탄 것처럼 금방이라도 배를 삼켜버릴 듯 파도는 맹렬히 요동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눈에 띄는 것은 그토록 파도가 심하게 치는데도 어느 한사람도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질 못했다. 물론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히 필자를 제외한 십여명의 낚시꾼들은 구명동의는 커녕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막연히 배 한편에 걸터않아 위험도 무릅쓰고 낚시에 전념하고 있었다
망망대해의 파도는 처음 접해본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저 멀리 보이는 불빛은 또 다른 낚시배들 같았다
만일 파도에 휩쓸려 배가 침몰이라도 한다.면... 구명동의도 입지 않았는데 하는 불안한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윽고 동틀 무렵. 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어제 우리가 왔던 곳으로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전 08:30경 이윽고 선창에 도착했다.그제서야 불안감이 사라졌다
귀경길 필자는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형님. 고기잡을 때 왜 구명동의 안 입으셨어요?” 그러자 선배는 간단 명료하게 답했다.“안주던데”
해상에서의 재난사고는 언제 어느 때 발생할줄 모르고 특히 구조가 쉽지 않기에 구명동의 등 안전장구 착용은 선박 출항과 함께 반드시 착용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실상은 상당수의 어선들이 이 같은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더욱히 관할 해경출장소는 선장(선주)이 제출한 승선 명부를 확인한 뒤 배 출항 전 구명동의 착용 및 탑승자 명단 대조 등 철저한 출항검사를 해야 하지만 이 또 한 생략됐다.
물론 입항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서류만보는 형식적인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듯 했다. 아마 평소에도 그러하리라 짐작됐다
사고는 미리 예견할 수 없기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그에 따른 책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무관심과 방치가 이어지고 지속된다,면 그때는 되돌릴수 없는 참사가 발생한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