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나가다보면 글쓰는 것 못지않게 때론 사진기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부득불 값싸지만 카메라를 구입하게됐고 점차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진기술이 상당히 발전한것을 느끼게 됐다(주변의 평때문..)
그런데 행사취재를 다니다보면 행사장엔 항상 고가의 카메라를 소지한 낯선이들이 이곳저곳에서 쾅쾅 사진을 찍어대느라 낡고 보잘것없는 고물 구닥다리(?) 카메라를 소지한 필자를 항상 위축들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기자는 글로 승부한다는 평소 지론을 갖고있기에 “까짓것 카메라가 구닥다리면 어때 사진만 잘찍히면 되지”하는 약간의 반감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왔다
그러던 어느날 필자는 카메라로 인해 자존심 상하는 한마디를 듣게됐는데 때때로 행사취재를 다니다보면 사진촬영을 부탁받는 일이 종종 있어 비록 구닥다리 카메라지만 누구보다 성의있게 사진을 찍어왔다
그런데 행사관계자와 사진인화관련 대화중 “카메라도 구닥다리던데 사진값이 왜이리 비싸냐?” 순간 필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한마디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고 또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런데 상대는 그토록 구닥다리 카메라 운운하더니 사진인화를 위해서는 다수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며 샘플사진을 요구하고 가져가더니 어느덧 반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건만 여태껏 사진반납은커녕 감감 무소식이다 그의 말마따나 구닥다리 카메라로 찍은 사진인데...
그동안 필자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일부 취재원의 경우 고가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어 내심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항상 부러웠다 그러나 박봉에 마이너신문기자다 보니 마음에 드는 카메라를 구입허기가 여간 쉽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내심 그들이 찍어대는 사진실력은 과연 얼마나될까 때론 궁금해 지기도 했는데 그러던 어느날 그들의 사진실력을 우연히 볼수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물론 필자가 아는 일부기자의 실력이지만)역시 장비가 좋아도 기본실력이 있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되었다
얼마전 지난 수년간 내 분신처럼 희노애락을 여실히 담아내주던 속칭 구닥다리 카메라가 조용히 종말을 맞았다 수리비가 구입가를 웃도는 지라 어쩔수없이 수리를 포기하다보니 항상 필자곁에서 조용히 곁을 지켜주던 카메라의 모습을 이제는 두 번다시 볼수없게 됐다
한해도 며칠남지 않은 연말. 하루도 빠짐없이 주요행사가 이어지고 있어 취재를 다녀오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 구닥다리 분신이 손에 없음이기 때문일것이다
손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