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타임즈 기자수첩

사람들은 때때로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기자의 할일이란 기관이나 단체 또는 취재대상에게서 보도자료 받아 막연히 자신의 이름석자 집어넣고 활자화 시켜 기사 나오면 할 일 다 마치는게 아니냐...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 그같은 생각을 하거나 말을 내뱉는 시민들은 아마 일부 기자들이 보도자료만 인용해 기사를 쓰는 모습을 보이곤 하니까 그렇게 느낀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위해 최선을 다하는것과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기자들도 똑같이 책임의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지면에 보도한 지역인사 관련 기사에 대해 일부에서 의견이 분분한데 대하여 언론의 실상을 너무도 모른다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사건 취재를 위해 4달여의 시간을 소비했다 밝히니까 일각에서는 누구의 사주를 받았느니. 혹은 앙심을 품은 마녀사냥 아니냐 는 등 엉뚱한 상상력을 동반한 소문이 귀에 들려오고 있습니다

기자는 거짓없는 오직 진실을 담은 글을 써야한다는게 평소 저의 지론입니다 저는 지난 20여년을 언론에 몸담고 있으면서 한치라도 잘못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많은 유혹과 번민을 물리치기도 했습니다

기자가 한꼭지의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고초를 겪는지 일반인들은 잘모르실겁니다 기사 하나 만들기위해 때론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릴때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기사 한꼭지 만들기위해 오랜시간동안 취재활동을 벌인게 무슨잘못인양 비춰지고 말들이 나오고 있으니..

아마 독자분들중에는 언뜻 기억이 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약십수년전 제가 단독 취재 보도했던 K시 억대 도박장 사건은 (1997년 9월. MBC 카메라 출동에 보도) 검거25명에 17명이 구속된 지역에서 발생한 단일사건으로는 정말 큰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제보자로부터 지나가는 말로 얼핏 들었던 K시장 내 모건물에서 매일같이 도박이 열린다는 내용에 따라 조사(취재)를 하는데만 꼬박 2달이 걸렸습니다 아시다싶이 도박장 취재한다 밝히면 어느 누가 문을 열어줄리도 만무고 작업은 그날로 꽝입니다...

결국 저는 도박장 취재를 위해 건물 주변에서 먹고.자고(22:00-06:00까지) 정말 힘들고 어려운 나날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지역파출소장께서 혹여 제가 업소들을 비호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왔을 때 ...이후 사건 보도 후 그분은 제게 정말 미안했다며 두손을 꼭 쥐어주셨습니다

이처럼 제보를 받거나 지역을 돌아다니는 실체없는 뜬소문이라도 이거다 싶으면 달려드는게 기자의 생리고 기자의 당연한 의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의혹있는 사건을 취재하면 대부분 상당한 시간을 소요합니다 그 이유중 하나가 바로 중요한 증거물 확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취재를 하면서 증거자료가 부실하다면 저는 기자로서 영원히 펜을 놓아야할것입니다 이세상은 모든게 사실주의니까요

구체적인 증거도 없고. 물증도 없으면서 막연히 카더라... 하던데...그랬나.,.는 식의 의문만 가지고는 기사를 쓸수도 없을뿐더러 그결과는 과연 어떠할지 상상이나 해보셨는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지역에서 언론생활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일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로 학연. 지연. 혈연을 절대 무시할수없으니까요 세상은 좁아도 너무 좁은 것 같습니다 만일 어떠한 꺼리를 갖고 취재를 나서다보면 맞닥치는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중 앞서 나열한 관계는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하기에 기자가 하는 일은 너무나 외롭고 고독합니다 절대 냄새를 피울수도 없고 타인에게 쉽사리 알릴수도 없으며 오직 말없이 연기만(은폐) 피우게 됩니다

저는 때론 기자가 하는 업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상상력만 동원하는 사람과 동행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밤도없고 낯도없이 오직 한가지 목표만 말없이 지켜보는 스나이퍼의 고독을 상대에게 느껴보게 하고 싶습니다

오래전 지방취재 할때입니다(취재 3달소요) 평소 기자업무를 동경했던 분과 한동안 동행했었는데 얼마 되지 않으니까 더는 힘들어 못하겠다며 제풀에 꺽여버리더군요 이처럼 기자란 직업이 그렇게 쉬운게 아닙니다

저는 지난 20여년전 언론에 입문할 때 한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눈에보이는 모든 사물과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는 취재대상이다.. 저는 서울에 나갈 때 절대 지하철을 타지 않습니다 아무리 빠르고 편해도 버스를 고집합니다

이유인즉슨 지하철은 차창밖으로 어둠밖에 보이지 않지만 버스는 모든 사물을 바라볼수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게되니까요

모든 기자가 다 똑같겠지만 기자란 어느누가 취재를 하란다고 하고 하지말란다고 안하지는 않습니다 저역시 똑같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제소신은 결코 변하지 않을겁니다

이번 취재를 마치고 난 후 잠시 좀 쉬어야지 생각했었는데 세상이 호락호락 저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다시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역시 공무원 도박관련입니다 물론 도박만은 아닌것 같습니다.만요???

저는 어제 오후.항간에 떠 도는 의혹을 불식시키기위해 만약을 위해 모처에 보관시켜놓았던 필름을 찾아다 사진을 인화했습니다 손에 쥔게 어언 100여장. 아직도 나머지 사진을 인화할려면 끝도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야지요 진실이 거짓을 이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하니까요

모두가 고요히 자는 이 새벽이지만 저는 두눈을 부릅뜬채 책상앞에 않아 글을 쓰며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습니다...

휴휴.. 내일도 취재가 쌓여있는데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참 힘든 세상입니다...